(사실 지내다보면 항상 웃고 즐거울 수 없는 것 같아요. 작년 10월~12월 쉽지 않은 4/4분기 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차분하게 돌아보네요. 그리고 혼자서 다짐을 합니다, 그 때 그 마음을 잃지 말자고.)
여보야, 아니 ○○에게.
편지를 오랜만에 써보는 것 같아. 우리가 결혼한지 9년이 되었어, 시간이 너무 빠르다. 사실 우리 연애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내년이면 우리 아들도 입학을 하니까.
○○야, 요즘 내가 평일에 늦게오고 주말에도 출근해서, 혼자서 집안일과 쇼핑몰 운영하느라 많이 힘들지? 항상 미안해, 생각보다 내 마음같지 않네.
우리 3주전 10월 9일 한글날 3일 연휴 있었지. 토요일 아침 서로 티격태격 했잖아. 나도 생각해보니 최근 집안 일도 안하고, 여보야 말에 반응이 떨떠름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사실 나도 말 못할 최근 몇 년간 업무 스트레스, 그리고 앞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계속 쌓여 왔었어.
어쩌면 우리 인생이 100이면 지금 이 시기는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말이지. 나에게 앞으로 진정한 행복과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보내야겠네.
항상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적극적인 모습 고맙고 감사해. 출산 후에 육아하면서 보육교사 자격증 준비와 방통대 졸업까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했고, 최근에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어.
단, 나의 바램이 있다면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했으면 해. 나에게는 소중한 와이프이자, 아들에게는 목숨같은 엄마,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지. 아침에 일어나면 조용히 짧게 기도해,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세요' 라고.
아, 그 생각도 난다. 옛날 모 병원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서 급성 맹장염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같이가서 수술했던 일, 아마 그 때가 애기 낳고 5개월 이후 16년 4월로 기억하는데. 내가 당시에 수술실 앞에서 얼마나 기도를 했던지. 이후에도 아파서 같이 응급실도 몇 번 갔었잖아.
그 동안 사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일과 꿈들을 엄마라는 이름으로 포기하고 희생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니 내가 많이 부끄럽고 미안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편지로 써보고 싶어서.
나도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버텨볼게, 우리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 보자고. 지금 야간 시간에 온라인 쇼핑몰 상품 사입으로 시장에서 일하고 고생하고 있을 ○○에게.
2021.10.24.일
오늘 한줄.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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