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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추억

밤에 쓰는 편지 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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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쓰는 편지 언니에게

오늘은 아주 귀한 편지를 여러분께 포스팅합니다. '40년전 이모의 편지''40년전 언니에게 쓰는 편지,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입니다.

'40년전 이모의 편지'는 100일이 다가오는 저에게 쓴 편지입니다. '40년전 언니에게 쓰는 편지'는 이모가 저희 엄마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아, 엽서입니다. 그러면 '40년전 쓰는 엽서'가 맞는 표현 같습니다. '40년전 이모의 엽서''40년전 언니에게 쓰는 엽서' 마치 노래 제목 같습니다.

 

 

 

보고싶은 ○○야.

더운 날씨에 우유 많이 먹고 엄마 말 잘듣냐?

엄마 속 썪이지 말아 엄마 더 마를라.

○○는 착하고 씩씩하고 귀엽게 자라야해.

○○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지가 100일이 다가오는구나 축하해.

아빠는 일찍 퇴근하시고?

○○가 빨리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서 이 편지를 읽었음 좋겠다 안녕.

-이모가-

(1981년도 엽서입니다. 지금이 2022년 시간이 너무 흐른 뒤에 엽서를 읽어봅니다. 100일이 다가오는 제게 엽서를 써준 이모. . . 엽서에 저희 아빠도 나옵니다. 문득 2015년 저희 아들이 태어났을 때 생각도 납니다. 아들을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을 저는 너무 늦게 깨닫습니다.)

포대기를 하나 샀는데 이건 봄 가을꺼래. 겨울껀 따로 사준대.

장은 엄마가 가서 따려준다그래.

필요하면 조금만 따리든지 안따리고 먹어도 된다그래.

허리가 어떻게 아픈가 적어보내, 언니야 응?

형부 부석오시거든 예천와서 꿀 가져 가시라 그래.

(엄마를 걱정하는 이모의 마음, 그리고 저희 외할머니의 마음도 느껴집니다. 항상 자식 생각하시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딸을 걱정하시는 엄마의 마음. 지금도 다 큰 자식 걱정하고 계실 엄마를 생각하니, 잠시 먹먹합니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입니다.)

큰언니에게

언니 추운 날씨에 ○○ 키우느라 고생이 많지 형부도 잘 계시고?

형부, 보고싶다.

○○가 요즘은 안 누울려고 한다면서

역시 꾀돌인 달라 드치?

작은 오빠는 매일 지각생이야. 왜냐고? 놀러다니느라 말이야.

우리는 19일부터 방학이야.

난 매일 스케이트 타러만다녀.

내일부터는 공부 좀 할게.

언니 모란 말린거 보내는데

조금씩 끓는 물에 살짝데치면 맛있어.

그리고 언니 작은오빠 때문에 고생했어.

엄마가 매일 언니 때문에 걱정해.

몸조심해야해 꼭이야!

그리고 연탄가스 조심해.

잠자기 전에 꼭 한번씩 살펴보고...

큰언니 보고싶다...

그럼 이만쓸게

몸 조심해요!

안녕

(무엇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 마치 수십년 뒤에 찾아온 초등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며 혼자 걷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저는 어느 덧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되어있고, 갓난아기인 저를 바라보는 이모의 마음과 여전히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도 바라봅니다. 우리의 저물어가는 하루와 지나간 인생은, 기분 좋은 여행을 다녀온 기억입니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또 한장 소개 해드립니다.)

To 큰언니에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이젠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것 같아.

그 동안 안녕? 밥 짓느라 수고 많지?

형부더러 저녁에 맛있는거 사오라고 해.

예천도 잘 있어. 언니 아무것도 신경쓰지말아.

작은언니 어제 서울 올라갔어. 하루만 늦게가도 언니편지

받아보고 갔을텐데. 대신 내가 받아 봤어.

언니 엄마가 아침 혼자 먹지말고 형부가 일찍 가시더라도

같이 먹으래 때 거르지 말고.

□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피아노 배우고 열심히 열심히 먹고 잠자고...

이제 겨울방학도 한달 남짓하게 남았어.

우린 학기말고사를 개학구에 보기 땜에 마음이 아주 홀가분해.

이번 겨울방학때는 형부랑 예천와서 실컷 놀다가. 엄마도 좋아하실거야.

내가 속썩이지 않고 말 잘들을 테니까 안심해.

언니 성적이 1학년때보다는 좀 좋은 것 같은데 아직

작은 오빠한테 데면 새발의 피야.

벌써 내년이면 중3 입시공부할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아.

그렇지만 열심히 해야지. 언니, 형부, 오빠, 아버지, 엄마...

기대에 어긋아지 않게 말이야.

우리 약속해.

말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다.

언니 엄마가 고추 좀 보내는데 잔고추라서 아주맵대.

그럼 아름 얘긴 만나서 하기로 하구.

이만 줄일까 해.

연탄가스 조심하고 몸건강히

-안녕-

1980.11.18

예천에서 동생으로부터.

(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반성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키워주셨고 걱정해주셨는데 나의 힘듦만 생각했습니다. 세번째 편지를 읽는데 울컥울컥 했습니다. )

 

2022.6.28.화.

오늘 한줄.

1980년 11월 18일 편지를 읽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왜냐면 그 모습이 동화처럼 제 머리속에 그려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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